한민구 국방장관, 장명진 방사청장의 ‘조용한’ 결혼식






한민구(왼쪽) 국방부 장관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어, 여기가 맞나?” 일요일이던 지난 11일 오후1시 공군회관 1층 예식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아들 결혼식을 위해 문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찾아온 하객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현직에 있는 장관의 혼사 치고는 너무나 썰렁했던 것. 으레 즐비한 축하 화환은커녕 별로 크지 않은 예식장 내부 좌석마저 곳곳이 비어 있었다. 같은 층 맞은 편 예식장에 길게 줄지어 서 있는 하객들을 보고 별 생각 없이 뒤에 따라 서 있다가, 뒤늦게 알아채고 발길을 돌리는 진풍경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한 장관이 주위에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아는 사람들도 아예 예식장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고대동문회관 예식장.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둘째 딸 혼사를 치르고 있었다. 그나마 방사청 일부 직원들은 인사라도 하기 위해 예식장을 찾았지만, 축의금을 내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장 청장이 축의금을 금지하는 엄명을 내렸던 것. 방사청 관계자는 “한창 점심때였지만 얼굴만 비추고 미안해서 밥도 못 얻어먹고 왔다”고 말했다.

63만 병력의 수장인 한 장관과 우리 군의 전력증강을 총괄하는 장 청장이 공교롭게도 한날, 한시에 아들과 딸의 혼사를 치렀다. 그것도 아주 조용하고 은밀하게. 더구나 한 장관의 아들 결혼식이 끝날 때쯤 청와대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이미 예정된 장관 인사겠지만 하필 혼삿날에 하는 건 참 얄궂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당사자들도 억울할 듯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을 훌쩍 넘겼으니 이쯤 되면 당연히 공직을 떠나 홀가분하게,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자식의 혼사를 치를 것으로 기대했을 터. 하지만 아직도 사방에 보는 눈이 많다 보니 일생일대 최고의 날인데도 자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군생활 40년에 더해 지난 3년간 우리 군을 이끈 한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파문으로 임기 막판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장 청장은 지난달부터 작별인사를 하면서 일찌감치 주변 정리를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후임자 발표가 차일피일 늦춰져 말 못할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편으로 한 장관과 장 청장의 조용한 결혼식은 근래 보기 힘든 참신한 광경이기도 하다. 뭐 그리 대수냐고 핀잔을 줄 지도 모르지만, 적과 싸워야 할 장병들을 각종 집안 행사에 동원하고 가족들의 수하인양 공관 근무 병사를 제멋대로 부리는 일부 군 지휘관들의 왜곡된 권위주의에 어느덧 넌더리가 난 탓이다. 공사 구분을 제대로 못하고 기회만 있으면 세를 과시하는데 여념이 없거나, 오로지 계급장을 앞세워 자신의 지위를 뽐내는데 급급한 잘못된 행태는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한 장관과 장 청장이 치른 생경한 결혼식을 지켜보며 군 안팎에서 뒤늦게 터져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들이다.

마침 17일 저녁에는 김인호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이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아들 혼사를 치른다고 한다. ADD는 국방연구와 개발을 도맡는 총본산으로, 장명진 청장도 ADD 연구원 출신이다. ADD는 국방부, 방사청과 더불어 우리 군의 첨단화, 현대화를 이끄는 3대 축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시선이 쏠리는 곳이다. 한 장관과 장 청장에 이어 이번 결혼식의 풍경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김광수 기자 [email protected]

작성일 2018-01-18 14: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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