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JSA 의문사’ 김훈 중위 19년 만에 순직 인정


대법ㆍ의문사규명위 “규명불능”


권익위 “자살 결론 짓기 어렵다”


‘업무 연관 땐 자ㆍ타살 구분 안해’


軍인사법 개정 따라 5명 순직 처리


김 중위 부친 “사죄 있어야 끝나”


국방부, 의문사 조사 추진단 발족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벙커에서 머리에 총상을 당해 숨진 고(故) 김훈(오른쪽) 육군 중위가 19년 만에 순직 처리됐다. 사진은 김 중위 임관 당시 부친 김척 씨와 함께 있는 모습.



“내가 살아있는 동안 순직처리라도 돼서 다행” 이라는 예비역 중장의 목소리에는 고단함이 묻어났다.



19년을 뛰어다닌 끝에 아들 김훈 중위의 순직 처리를 통보받은 김척(75)씨는 “잘못을 인정하는 게 국민의 군대”라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 김 중위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기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그는 “제2, 제3의 사건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국방부가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김훈 중위 사망 사건에 대해 19년 만에 해결의 의지를 내비쳤다. 국방부는 1일 “지난달 31일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어 진상 규명 불능 사건인 김 중위 등 5명에 대한 논의 결과 이들 모두를 순직 처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벙커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김 중위는 업무 도중 숨진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김 중위의 죽음이 무엇 때문인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24일 정오께 JSA 지하벙커에서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미군 범죄수사대(CID)와의 합동 수사 등 1999년 4월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수사를 실시하고 일관되게 김 중위가 권총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김 중위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사고 당시 김 중위의 손목시계가 파손돼 있는 등 격투 흔적이 발견됐고, 김 중위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군 감시초소(GP)를 오가는 일부 장병의 심각한 군기문란 행위를 중지시키는 과정에서 살해됐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2006년 12월 대법원은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자살에 따른 사망이라는 군의 조사 결론과는 달리 “초동 수사가 잘못돼 자ㆍ타살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판결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2009년 11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국방당국은 자살이라는 입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김 중위 사건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재조사에서 다시 주목 받게 됐다. 국방부와 합의해 2012년 3월22일 김 중위의 당시 자세를 토대로 한 총기 격발시험에서 실험자 12명 중 11명의 오른손 손등에서 화약흔이 검출된 것이다. 이는 오른손잡이였던 김 중위의 왼쪽 손에서 화약흔이 검출됐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이에 권익위는 같은해 8월 “자살로 결론짓기 어렵다”며 “김 중위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부친 김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자살을 전제로 한 순직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김씨는 “순직 처리를 받아들일 경우 자살을 인정하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의 반발과 진실을 둘러싼 논란 속에 2015년 군 인사법 개정으로 자살을 인정하지 않고도 김 중위를 순직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개정법률이 ‘업무 연관성이 있을 경우 자ㆍ타살 여부를 순직 인정 기준에서 배제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김 중위의 순직 처리 결정 또한 개정법률에 따른 것이지만 김 중위의 사망 원인은 여전히 미궁인 상태라 유족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부친 김씨는 “다행스러우면서도 여전히 허탈하고 분노감이 남아있다”며 “군 차원의 사죄가 있어야 이 일이 그제서야 끝이 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방부는 김 중위에 대한 순직 처리와 동시에 군 의문사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근원적 해결을 위해 국방부 차관 직속으로 군 의문사 조사ㆍ제도개선 추진단을 발족했다. 서주석 차관은 “군 의문사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엇보다 군 의문사 관련자들의 피해와 명예를 되찾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가족이 이의를 제기한 군 의문사는 58건에 달한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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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4-06 0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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